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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쉐라톤 워커힐 등 국내 유수의 호텔에서 조리장으로 활동하며 카빙 예술의 지평을 넓히던 시절의 이동준 대표.(작가 제공) |
그는 요리와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국가공인 조리기능장이자 프로 사진작가다.
칼끝으로 꽃을 피우는 ‘카빙(Carving)’ 예술가이면서, 카메라 렌즈로 삶의 순간을 기록하는 기록자이기도 하다.
명절 뒤 고향을 찾은 그는 어린 시절의 기억과 고향의 정서를 다시 마주하고 있었다. 서해의 짠 내와 선운산의 사계절이 빚어낸 한 예술가의 삶, 그리고 그가 다시 고향에서 마주한 인생의 철학을 [고창인] 코너에서 담았다.(편집자 주)
-질마재에서 다시 만난 ‘유년의 기억’
부안면 질마재 마을은 미당 시인 서정주가 “신선이 살다 간 자리”라고 표현했던 곳이다. 이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이동준 대표에게 고창은 단순한 고향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는 “서울에서 늘 그리워하던 바람을 지금 이 자리에서 맞고 있다”며 잠시 말을 멈췄다.
“명절이 지나고 조용해진 마을을 걷다 보니, 어린 시절의 기억이 하나씩 떠오릅니다. 서해의 바람과 선운산의 향기, 그리고 사람들의 정이 함께 어우러진 이곳은 언제나 저를 겸손하게 만드는 공간입니다.”
그가 오래 바라본 곳은 옛 방앗간 터였다. 부모가 운영하던 방앗간은 마을 사람들이 모이던 공동체의 중심이었다.
명절이면 이웃들이 쌀 자루를 이고 모여들고, 떡메 소리가 마을을 울렸다. 따뜻한 김이 피어오르던 그 공간에서 그는 나눔과 공동체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배웠다.
-칼끝에서 피어난 예술 ‘카빙’
이동준 대표는 한때 국내 유명 호텔 주방을 책임졌던 조리 전문가다.
쉐라톤 워커힐 호텔을 비롯해 여러 호텔에서 카빙 헤드 쿡(Head Cook)으로 활동하며 요리 예술의 경지를 넓혔다.
카빙은 과일과 채소, 얼음 등을 조각해 예술 작품처럼 표현하는 기술이다. 수박에서 모란꽃을 피워내고 얼음으로 학을 조각하는 그의 작품은 단순한 요리 장식을 넘어 하나의 예술로 평가받는다.
이 대표는 자신의 예술 뿌리를 고향에서 찾는다.
“질마재 어르신들의 삶은 서해의 밀물과 썰물처럼 강인했습니다. 갯벌과 밭에서 묵묵히 삶을 일궈온 그 손마디가 제 예술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는 식재료를 다룰 때마다 어머니의 가위질 소리를 떠올린다. 명절 밤 호롱불 아래에서 설빔을 만들던 어머니의 모습은 그의 작품 속에 그대로 녹아 있다.
“요리는 입으로 즐기지만 카빙은 마음으로 보는 예술입니다.”
-사라지는 순간을 기록하는 사진
요리 예술의 정점에 섰던 그는 또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바로 사진이다.
한국프로사진협회 정회원으로 활동하는 그는 카메라를 통해 삶의 순간을 기록한다.
“요리와 카빙은 결국 사라지는 예술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사라지죠. 그래서 저는 그 순간을 붙잡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고향을 찾은 이번 방문에서도 그의 목에는 카메라가 걸려 있었다. 명절이 지나 한적해진 골목과 풍경을 렌즈에 담으며 그는 사라져가는 기억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는 국민대학교 사진동아리 ‘빛이랑’을 지도하며 젊은 세대에게 사진의 의미도 전하고 있다.
“사진은 단순한 기록이 아닙니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예우이자 기억입니다.”
-“어디에 있든 고향의 온기를 나누며 살 것”
현재 이동준 대표는 ‘포토하우스 카빙 교실’을 운영하며 후배들에게 카빙과 플레이팅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동시에 프랜차이즈 창업 컨설턴트로도 활동하며 다양한 경험을 사회와 나누고 있다.
그는 고향에서 보낸 짧은 시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세상은 많이 변했습니다. 마을 풍경도 달라졌죠. 하지만 사람의 마음속 정서는 변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어 그는 잠시 웃으며 덧붙였다.
“화려한 도시 음식도 좋지만, 이곳 가마솥에서 끓여내던 국물 맛이 더 그립습니다. 그 안에는 사람의 진심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로 돌아가는 길, 그는 여전히 질마재의 바람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칼과 카메라를 들고 세상의 아름다운 순간을 기록하는 그의 삶은 결국 고향에서 시작된 이야기였다.
■ 이동준 프로필
현) 포토하우스 카빙 교실 대표
-국가공인 조리기능장
-프랜차이즈 창업 컨설턴트
경력
-쉐라톤 워커힐 호텔 16층 카빙 헤드 쿡
-비원호텔 스카이라운지 레스토랑 헤드 쿡
-리버사이드 호텔 뷔페 헤드 쿡
활동
-카빙 데코레이션·과일 플레이팅·아이스 카빙 지도자
-한국프로사진협회 정회원(사진작가)
-국민대학교 사진동아리 ‘빛이랑’ 지도
고창뉴스 박제철 기자 jcpark4747@kakao.com
2026.04.29 (수) 13:10












